입문과 실용 만년필의 대표주자, 라미 사파리 3년차 사용 후기

 

 

라미 사파리 사용 후기

 

 

 

 

만년필을 사용한 지 3년이 넘었다. 처음으로 입문하게 된 만년필이 바로 라미 사파리이다. 라미 사파리는 학교 도서관에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경품으로 받았다. 만년필은 직접 잉크를 충전하고, 세척해줘야 하는 특성이 있다. 손이 많이 가서 잠깐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다. 지금부터 라미 사파리의 사용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

 

 

3년 전, 라미 사파리를 경품으로 받기 전까지도 만년필을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원래 필기구에 관심이 있었지만, 만년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만년필은 그저 부유한 사람들의 상징으로만 어림짐작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실제로 고가의 만년필이 존재하기는 한다. 과거에는 혼수로 고가의 시계와 더불어서 만년필을 구매했다고도 한다. 그런 만년필로 몽블랑과 같은 고가의 브랜드는 꽤 잘 알려져 있다. 고급형 다음으로는 펠리칸이라는 중고급형의 브랜드도 있다. 펠리칸은 고시를 보는 사람들에게 추천받는 브랜드이다. 몽블랑은 기본 60만 원 대가 넘고, 펠리칸은 20만 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꼭 만년필이라고 비싼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오늘 사용 후기를 남길 라미 사파리와 같은 만년필은 입문하기에 좋은 만년필로 추천되고 있다. 라미와 함께 파커라는 브랜드도 추천을 받는다. 이런 입문용 만년필은 보통 가격대가 4~5만 원 정도이다. 펜에 비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만년필은 '만년'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래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구매하는 물건이다.

 

오래 사용할수록 만년필의 촉은 사용자의 습관에 따라 변형된다. 사용자에게 길이 드는 것이다.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펜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보통 만년필은 펜처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꺼리게 된다. 마치 포켓몬스터의 인물들이 자신의 포켓몬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필기감 등 만년필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 한 가지를 고르자면 신중하게 쓰게 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사용하고 버리는 펜이 아니기 때문인지 한 글자와 한 글자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만년필은 중요한 계약의 서명을 할 때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직접 사용해본 만년필은 생각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오래 그리고 신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 펜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라미 사파리

 

 

라미 로고 (클릭하면 라미 공식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라미 사파리는 가성비 만년필의 대표격으로 유명하다. 왜냐하면 더 저렴한 만년필은 잉크가 세는 등의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또 고가의 만년필이라고 해서 성능이 월등하게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가격이 올라갈수록 만년필의 성능도 좋아지지만, 뽑기의 확률이 증가하는 느낌이다. 라미 사파리 정도만 되면 뽑기에서 걱정은 줄어든다. 그래서 필기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라미 사파리가 적합하다고 추천을 하는 것이다.

 

라미 사파리를 제작한 라미는 1930년에 설립된 독일 회사이다. 라미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사파리 이외에도 만년필은 알스타, abc, 조이, 비스타, 로고, cp1, 룩스, 아이온, 스튜디오, 스칼라, 엑센트, 2000, 다이얼로그 등 정말 다양한 라인이 있었다. 만년필만을 파는 것도 아니고 샤프, 볼펜, 수성펜, 멀티펜 등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중에 라미를 대표하는 것은 라미 사파리로 알고 있다.

 

라미 사파리 F의 굵기

 

 

 

 

만년필의 펜촉 사이즈의 용어는 회사마다 다르다고 한다.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직접적인 굵기가 다른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있다. 보통 얇은 펜촉부터 두꺼운 펜촉 순으로  EF > F > M > B 로 표기한다.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얇은 펜촉일수록 필기용, 두꺼울수록 서명용이라는 말도 있다. EF는 Extra Fine의 줄임말로 가장 얇은 촉을 의미한다. 그다음 F는 Fine으로 얇은 촉이다. M은 Medium으로 중간 굵기의 촉, B는 Broad나 Bold로 넓고, 두꺼운 굵기를 의미한다.

 

기본이 되는 펜촉의 굵기는 M(edium)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유럽의 기본 펜촉은 F 펜촉이고 동양의 기본 펜촉은 EF 펜촉이다. 왜냐하면 알파벳을 사용하는 유럽에서는 살짝 굵은 펜촉이 더 나은 글씨를 쓸 수 있고, 한자나 한글을 사용하는 동양에서는 상대적으로 얇은 펜촉이 더 나은 글씨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년필의 굵기 회사마다 다르다. 만년필을 구매한다면 직접 매장에서 시필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대략적으로 회사들의 굵기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도 존재한다. 해당 링크는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의 굵기를 참고할 수 있다.

 

소유하고 있는 라미 사파리의 굵기는 F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서평의 상품으로 받았기 때문에 따로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F 사이즈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보통 만년필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EF 사이즈가 자신에게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쓰다 보면 EF는 펜과 비슷하기 때문에 차별점을 느낄 수 있는 F를 찾게 되는 것 같다. F 펜촉은 확실히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제트스트림 펜 1.0, 0.7, 0.5 사이즈와 라미 사파리 F를 비교해봤다.

 

 

 

 

라미 사파리 F 펜촉 밑에 제트스트림 1.0, 0.7, 0.5 순으로 굵기를 비교해봤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제트스트림 1.0과 비슷하거나 살짝 두꺼운 느낌이다. 이렇게 보면 비교가 어려운 것 같아서 각각 비교해봤다.

 

 

 

 

라미 사파리 F 펜촉과 각각 제트스트림의 사이즈를 비교해봤다. 라미 사파리 F가 가장 두꺼운 것을 볼 수 있다.

 

 

사용 후기

 

 

겉 외향

 

 

 

 

펜 캡은 특유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플라스틱 재질의 캡과 철로 된 클립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펜의 베럴(바디) 끝 부분에는 라미의 로고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라미 사파리를 간단하게 해체한 모습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라미 사파리는 왼쪽부터 베럴 혹은 바디(잡는 부분), 가운데에 한 덩어리로 있는 컨버터와 그립과 펜촉, 마지막 캡으로 구성되어있다.

 

색상은 챠콜 그레이이다. 라미 사파리는 기존에 이미 색상도 다양하고, 매년마다 특정 색상을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하는 듯 하다. 색상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구매를 한다면 원하는 색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가운데 부분인 컨버터는 빨간 손잡이를 돌려서 잉크를 채울 수 있다. 컨버터를 직접 잉크병에 넣고 돌리거나, 그립과 펜촉 부분을 연결한 상태로 펜촉을 잉크병에 넣어서 돌리면 잉크가 올라온다.

 

컨버터는 그립과 펜촉이 있는 부분과 분해가 가능하지만, 잉크가 충전된 상태에서 분해를 하면 잉크가 엄청 세어 나오기 때문에 분해하지는 못했다.

 

컨버터 대신 잉크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잉크 카트리지란 리필용 펜처럼 잉크가 충전되어 있는 일회용품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컨버터로 직접 잉크를 충전하는 행위가 만년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만년필의 펜촉이다. 글씨를 쓰는 펜촉의 끝 부분은 팁, 그리고 팁과 이어진 갈라진 선은 슬릿, 슬릿과 연결된 구멍은 하트 홀이라고 부른다. 

 

팁은 만년필에서 필기감과 굵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용자의 필기 습관에 따라서 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좀 더 빠르게 길들이기 위해서 사포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급하면 체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길을 들이는 것이 더 추천된다.

 

슬릿은 하트 홀과 연결된 부분이다. 슬릿의 역할은 하트 홀에 모인 잉크들이 슬릿을 타고 팁까지 내려와서 글씨를 완성시킨다. 갈라진 슬릿이 5:5에 가까울수록 좋다는 말이 있지만, 일단 필기가 잘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도 한다.

 

 

 

 

펜촉의 아랫부분을 보면 펜촉이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라미 사파리는 펜촉을 따로 구매해서 기존의 펜촉과 교체할 수 있다. 그래서 F촉을 EF촉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실제 사용한 결과, 필기감

 

 

 

 

라미 사파리를 직접 사용하고 찍어봤다. 악필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을 괴롭게도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찍어봤다. 종이는 미도리 노트, 잉크는 몽블랑의 Royal Blue를 사용했다.

 

 

 

 

세척을 하자마자 잉크를 넣는 실수를 저질러버려서 잉크가 연하게 나왔다. 세척은 물을 이용해서 기존의 잉크를 가능한 제거 해주면 된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는데, 마음이 급해서 또 실수를 저질렀다. 다음에는 세척 후에 물을 잘 말려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사용하면 다시 진하게 나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필기감은 펜보다 연필과 유사하다. 부드러우면서 약간의 마찰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연필과 비슷한 사각거리는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하지만 연필에 비해 더 적은 힘으로 작성할 수 있어서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것이 흔히 만년필의 장점이라고 말하는 필기감이라고 생각한다.

 

 

 

 

글씨는 부끄럽게도 교정이 필요한 수준이다.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만년필을 받았을 때에는 만년필이니까 글씨가 예뻐지는 것은 아닌가 기대도 살짝 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 필기감과 글씨체는 별개였다. 

 

앞으로 그냥 쓰다보면 언젠가는 알아서 교정이 되지 않을까. 일단 막 써야겠다. 오늘은 이렇게 라미 사파리에 대한 사용 후기를 마친다. 라미 사파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